[이슈] 반복되는 고병원성 AI
닭·오리 동시다발…새로운 유형
철새로 인한 농가 전파 위험성 높아

H5N6형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가 지난 25일 기준으로 경남·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 내지는 의심신고가 들어오는 등 전국적인 확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단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살처분 등으로 관련 산업의 피해는 물론 인수공통전염병이란 특성으로 인해 적잖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이번 HPAI는 철새, 닭, 오리, 텃새 등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면서 매년 반복되는 HPAI 발생과 관련해 일부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철 소독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아 추가적인 고병원성 AI의 발생을 막기 위해선 제대로 된 소독·차단방역 등 현장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 서해안 지역 다발, 수도권에서도 발생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가축방역심의회 서면 심의를 받아 지난 23일부터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끌어올렸다. 이에 전국 모든 시·도(시·군)에 방역대책본부(본부장 기관장)와 상황실이 설치돼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등 방역당국은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초 의심축 신고일인 지난 16일 이후 1주일 만에 전남 해남·무안, 충북 음성·청주에서 H5N6형 HPAI가 발생했고, 지난 25일 기준으로 전남·북, 충북, 경기 등 모두 4개 시·도 6개 시·군에서 HPAI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4일 개최된 가축방역심의회 심의결과에 따라 전국 가금류 관련 사람, 차량, 물품 등을 대상으로 지난 25일 24시부터 지난 27일 24시까지 48시간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령했다.

# H5N6형은 새로운 유형

문제는 이번에 발생한 H5N6형 HPAI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유형으로 과거 국내에서 발생했던 H5N8형에 비해 병원성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발생 패턴인 닭과 오리 중 일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 다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H5N6형은 충남 천안 풍세면에 위치한 봉강천에서 당초 지난달 28일 처음 검출된 후 만경강, 아산 곡교천 등지의 철새를 비롯해 강원 원주에서 텃새인 수리부엉이에서도 잇따라 검출됐다.

장재홍 농식품부 방역관리과 서기관은 “HPAI에 닭과 오리가 모두 민감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과거 H5N1형, H5N8형 발생 사례와는 달리 한 종류에서만 나오지 않고 닭과 오리에서 동시에 나오는 것을 보면 철새로 인한 농가 전파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소독·차단방역 등 시스템 제대로 작동해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H5 및 N6’ 유전자는 올 초 홍콩 야생조류(대백로)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99% 이상 상동성을 보이며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철새가 이번 H5N6형 HPAI의 주범으로 현재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로 겨울철새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겨울철에 소독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돼 추가적인 고병원성 AI의 발생을 막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현장 대책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8일 첫 발견이후 14일이 지나서야 방역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내 없던 H5N6형이 처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대처로 화를 불렀다”면서 “농식품부 기강해이가 서해안서 내륙 농가로 확산하는 빌미가 됐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야생조류에 대한 부분은 기본적으로 환경부가 주관하고 연구기관의 연구목적에 따라 이번처럼 실험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번 사태를 잘 대처해 산업 피해를 최소화 하되 농가들이 제대로 사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앞으로 경고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생조류와 닭·오리 등 산업동물 등 대상에 따라 환경부, 농식품부, 검역본부, 학계, 질병진단 동물약품 업체 등이 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경보발령시스템을 내리는 구조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10~2011년에 발생한 H5N1형에서도 야생조류를 먹이 대상으로 하는 육식성조류에서 동일한 혈청이 발견됐었다”며 “정부의 보다 신속한 경보 시스템 작동과 더불어 학계, 동물약품업계 등의 보다 유기적인 관계 및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통시장, 계류장, 가든형 식당 등 방역 취약지역에 대한 소독과 가금류 계열화 사업자의 소속 농가, 도축장 등에 대한 방역실태 점검 강화를 비롯해 AI 위험요인이 있는 축산시설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바이러스 유입 차단 등도 보다 철저히 실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학장은 “위험지역에 대한 신속한 검사를 확대하고 농가에 대한 강력한 경보를 발령하는 한편 철새와 가금농가간 연결고리를 확실히 차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지금 단계에선 농가, 지자체의 방역의지와 시스템의 온전한 작동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농수축산신문 11월 30일자>